[국제신문] [과학에세이] 청년 미래 ‘기회의 바다’ 부산에 닻 내리다
- 관리자
- 조회수 14
올해 들어 교육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를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이른바 ‘앵커(ANCHOR)’로 재구조화했다. 겉만 보면 단순한 명칭의 변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방향은 가볍지 않다. 대학이라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인 학생과 인재의 체감도 중심으로, 시·도 단위의 개별 대응에서 초광역 협력으로 정책의 방향이 전환됐다.
부산형 앵커는 스무 개의 대학이 함께 하고 있다. 종합대학과 전문대학, 국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인재를 길러내며 지역사회와 호흡해 온 스무 개의 대학. 이 스무 개의 대학 하나하나가 부산이 지켜온 소중한 자산이다. 어떤 대학은 첨단산업 인재를 배출하고, 어떤 대학은 인문학의 토대가 되며, 또 어떤 대학은 평생교육의 거점으로 시민 곁을 지킨다. 규모와 역할은 다르지만, 부산의 미래를 함께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스무 개 대학 모두가 동등하게 소중한 지역의 혁신자산이다.
그동안 우리는 대학을 한 줄로 세우는 평가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정량 지표로 순위를 매기고 그에 따라 지원 규모를 가르는 구조 속에서 대학들은 협력의 파트너가 아니라 경쟁의 상대로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줄세우기식 평가가 낳은 것은 협력의 단절이었고, 정작 지역이 함께 키워야 할 인재 양성이라는 본질적 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곤 했다.
지난 RISE는 지역이 대학 지원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취지 자체는 의미가 컸지만 여건과 강점이 다른 대학들을 동일한 잣대로 줄 세우다 보니 규모가 작거나 특정 지표에 불리한 대학은 밀려나기 쉬웠고, 이는 다시 격차를 벌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또, 성과평가를 위한 실적 채우기에 행정력이 쏠리면서, 대학 간 협력을 설계할 여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새로운 앵커체계는 대학을 줄 세우는 평가자의 시선을 버리고 부산이라는 바다에 함께 닻을 내린 동반자로 대학을 바라보는 전환이 필수적이다. 또 성과평가는 대학과 지역이 함께 세운 협력의 청사진을 바탕으로 대학 각자의 역할과 기여도 관점에서 시행해야 하며, 사업관리의 방향은 대학 간의 경쟁에서 협력으로, 선별에서 동행으로 전환해야 한다.
앵커체계로의 본격적인 전환에 즈음하여 지역 내에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스무 개 참여대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각 대학의 강점과 특성에 기초하여 지역 산업과 사회 속 의미를 짚어내는 작업에서부터 협력은 시작된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춰 대학별로 합리적인 역할을 분담하고, 중복이 아닌 상호보완의 협력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첨단산업 인재는 관련 역량을 갖춘 대학이 중심이 되고, 해양·수산이나 관광·문화처럼 부산의 정체성과 맞닿은 분야는 그에 강점을 지닌 대학이 이끄는 방식이다. 특히 시민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보건·복지·안전 분야의 중요성도 외면 해서는 안 된다.
부산 지역 대학 사회적 역할이 부산이라는 도시의 경계에 갇혀서는 진정한 지역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의 남부해양수도권 조성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길이므로 부산의 대학은 역할과 임무를 더 넓게, 더 크게 확장해야 한다. 또 부산의 대학만이 아니라 울산, 경남 등 동남권 전역의 대학들이 초광역 단위에서 손을 잡을 때, 우리 대학들이 배출하는 인재가 뛰어놀 운동장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개별 대학이 시도하기 어려웠던 첨단 인프라나 대형 과제도 동남권이란 큰 운동장에서는 좀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이 모든 노력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결국 청년이다. 부산형 앵커는 부산의 대학으로 모인 청년들이 부산에서 배우고, 일자리를 찾고, 창업의 꿈을 펼치며, 나아가 정착해 삶의 터전을 일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할 것이다. 부산앵커센터는 청년의 미래가 ‘기회의 바다’가 될 부산에 닻을 내릴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 지방정부가 손잡을 수 있도록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심부름꾼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