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이 주도하는 교육혁신이 산업과 사회구조까지 바꿀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논의의 장이 부산에서 펼쳐졌다.
4월 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산울산지역연합회가 주최한 ‘제1차 부산울산 과학기술 혁신인재양성 포럼’이 부산대학교 건설관에서 개최됐다.
폭우 속에서도 학계와 연구계, 산업계, 언론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지역혁신과 인재양성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포럼의 중심에는 ‘부산형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가 있었다.
단순한 대학 지원정책을 넘어, 지역이 직접 교육과 산업생태계를 설계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모델이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준현 원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와 과제를 짚으며, 교육이 지역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교육과 기술의 관계를 설명하며 로렌스 F. 카츠의 연구를 인용했다.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카츠는 “교육이 기술발전을 앞설 때 경제성장과 함께 임금 불평등이 완화되지만, 기술이 교육을 앞지를 경우 불평등은 심화된다”고 분석한다.
이 발언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게 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한국의 성장모델은 빠른 산업화와 기술 도입을 중심으로 한 ‘추종형 발전’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일정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격차와 임금불평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포럼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을 따라가는 교육’이 아닌 ‘기술을 이끄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부산형 RISE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교육정책이 중앙정부 주도로 일률적으로 설계됐다면, RISE는 지역이 주도권을 갖고 산업·대학·연구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이는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넘어, 지역 내에서 인재가 성장하고 정착하며 다시 산업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포럼에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이러한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이 이어졌다.
대학은 더 이상 학문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산업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하며, 기업과 연구기관은 교육과정 설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지역인재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일자리제공을 넘어 삶의 질과 정주환경 개선까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산·울산지역연합회 회장인 신현석 부산대교수는 “정치와 행정은 종종 교육과 과학기술을 정책수단으로만 바라보지만, 실제 변화는 교육을 목적 그 자체로 둘 때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는 교육을 통해 산업을 지원하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교육이 곧 산업과 사회를 만들어내는 핵심 동력이라는 인식 전환을 의미한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정책 논의에 그치지 않고, 교육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도 이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주도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하지 못하면 배우고, 도울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는 개인과 조직이 가져야 할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산이 추진하는 RISE 모델은 아직 완성된 정책이 아니다. 그러나 중앙 의존적 구조를 벗어나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이 기술을 앞서는 순간, 산업구조와 지역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포럼은 그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 실험은 지금, 부산에서 시작되고 있다.
출처 : 복지TV부울경방송(https://www.wbc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