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부산형 RISE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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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오랫동안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으로 인식되어 왔다. 교육과 연구가 대학 운영의 중심이었고, 사회와 산업에 대한 역할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대학의 기능도 크게 달라졌다. 교육과 연구를 통해 축적한 지식을 지역사회와 산업에 이전하고, 이를 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대학의 필수적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1995년 산업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산학협력’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대학·지역 혁신기관·산업계가 함께 지역 산업을 키운다는 의미의 ‘지·산·학 협력’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점차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오며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는다.
올해부터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체계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로 전면 개편되었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어 대학과 함께 지역혁신을 이끌어가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는 교육과 지역발전이 분리되어 있던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의 산업 수요와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지역 혁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부산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지역 내 22개 대학과 함께 부산형 RISE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산형 RISE의 목표는 대학이 지역 현실과 산업 수요를 기반으로 스스로 혁신하는 ‘지역현장 중심 대학’으로 거듭나는 데 있다.
그렇다면 부산이 집중해야 할 지역 혁신 산업은 무엇일까. 해양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고려하면 답은 분명하다. 부산의 핵심 산업은 해양산업이어야 한다. 부산시는 2000년 ‘해양수도 부산’을 선포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법적·제도적 기반까지 갖춘 해양수도로 완전히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라는 큰 변화가 예정된 2025년은 ‘해양수도 부산’을 실질적으로 완성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부산형 RISE 사업도 해양산업을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조선해양산업은 부산이 가진 가장 강력한 산업적 기반이다. 국립부경대 부산대 국립한국해양대 등 조선 해양 관련 학과를 갖춘 대학이 여럿 존재하고, 중소조선연구원·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테크노파크 등 혁신기관도 잘 구축되어 있다. 여기에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기업이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만큼 조선해양산업을 중심으로 한 부산형 RISE 사업은 산업적 연계성과 시너지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더구나 최근 조선해양산업은 미국발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친환경 선박 전환, 자율운항선박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러한 과제를 지역 대학과 혁신기관, 기업이 함께 해결하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부산의 산업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산학협력 중점대학(HUNIC),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지역혁신(RIS)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산업계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부산형 RISE에서 추진 중인 ‘Open-UIC’ 모델이 산업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선소와 기자재 기업 등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교육과 연구에 참여할 때 진정한 의미의 산학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형 RISE 사업의 본질은 ‘대학 지원’이 아니라 ‘지역 혁신’이다. 지자체 대학 기업이 각자의 영역을 넘어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실행하는 협력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대학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의 허브가 되어야 하며, 산업계는 대학과 함께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뿌리내릴 때, 부산은 청년이 머무는 도시가 되고, 글로벌 조선해양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조선해양산업이 중심이 된 부산형 RISE가 부산의 산업과 인재, 그리고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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